50년이 끓여낸 한 그릇,
중림장 설렁탕
서울 중구 중림동 · Since 1972

오래된 것들에는 설명이 필요 없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사람이 몰리고, 유행과 무관하게 계절마다 자리를 채운다. 서울 중림동 골목 안쪽, 변변한 간판조차 없는 작은 식당이 그렇다. 중림장 설렁탕. 1972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세기 노포다.
충정로역과 서울역 사이, 청파로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육수 냄새가 코끝을 건드린다. 그 냄새가 안내판이다. 문 앞에 다다르면 점심시간도 되기 전부터 이미 줄이 서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투박한 테이블, 오래된 벽, 그리고 묵묵히 일하는 아주머니들. 화려함은 없다. 그 대신 세월이 있다.
"양지, 도가니, 꼬리, 머릿고기를 넣고 한우 서골을 20시간 이상 고아서 우려낸다.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부위별로 삶는 시간이 다르다."
1대 안영자 어머니의 손맛을 막내아들 김경호 대표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KBS 동네 한 바퀴,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등 수많은 방송에 소개됐고, 백종원도 단골로 알려진 곳. 그럼에도 중림장은 변하지 않았다. 유행을 좇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이 집의 무기다.

① 먼저 소금·후추·파를 넣고 국물 본연의 맛을 즐긴다 → ② 절반쯤 먹은 뒤 깍두기 국물을 넉넉히 부어보자. 묵직한 고기 국물에 산미가 더해져 전혀 다른 맛이 탄생한다 → ③ 양념간장을 넣으면 또 한 번 맛이 달라진다. 한 그릇으로 세 가지 맛을 경험하는 것이 중림장식이다.
설렁탕이 나오는 순간 첫인상은 '맑다'는 것이다. 프림이나 우유를 넣어 억지로 뽀얗게 만든 국물이 아니다. 한우 양지와 뼈를 절묘한 비율로 섞어 오래 끓여낸 반투명한 갈색 국물은, 잡내 하나 없이 뼈국물의 감칠맛과 고기 육수의 고소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게 이 집의 정체성이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파를 넣는 순간 국물이 살아난다. 밥과 소면은 불지 않아 탱탱하고, 고기는 질기지 않으면서도 쫄깃하게 씹힌다. 치즈처럼 입 안에서 녹아드는 양지의 식감은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것. 절반쯤 먹다가 깍두기 국물을 한 국자 부어보자. 묵직하던 국물에 시원한 산미가 더해지면서 전혀 다른 그릇이 된다. 중림장이 오래된 단골을 놓지 않는 이유가 이 한 스푼에 있다.
도가니탕은 숟가락을 바닥까지 내려야 만날 수 있다. 큼지막한 도가니 덩어리가 숨어 있다가 올라오는 순간 기대감이 올라간다. 한 입 씹으면 젤리처럼 탱글하게 이에 감기는 도가니의 질감이 인상적이다. 너무 딱딱하지도, 흐물거리지도 않는 그 중간 지점을 정확히 찾아냈다는 점에서 수십 년 내공이 느껴진다. 파와 후추를 듬뿍 넣어 국물을 들이키고, 도가니는 양념장에 콕 찍어 먹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황홀하다.

좋은 곳에도 솔직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중림장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봤다.
중림장은 설명하기가 까다로운 식당이다. 비주얼이 화려하지도 않고, 간판도 작고, 공간도 좁다. 하지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이상하게도 다시 오고 싶어진다. 자꾸 가고 싶어지는 중독성 있는 맛이라는 표현이 이곳만큼 잘 어울리는 식당을 본 적이 없다. 단골들이 "매주 한 번 안 들르면 몸이 찌뿌둥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50년이 넘은 세월이 국물 안에 녹아 있다는 것, 어머니의 손맛을 아들이 지켜가고 있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알고 먹는 설렁탕은 한 끗 다르다. 몸이 지치거나, 해장이 필요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생각나는 날 — 충정로역이나 서울역 방향으로 발을 옮겨 보시길. 세월이 끓여낸 국물이 기다리고 있다.
📍 중림장 설렁탕 정보
오늘도 뜨끈한 한 그릇이 당신의 하루를 위로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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